디어 매거진 DEAR MAGAZINE
2012. 8. 20. 15:24ㆍShared Fantasy/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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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MAGAZINE
오랜만에 노트북 들고 카페와서 이것저것 훔쳐보다가 '대체 이게 뭐지?' 호기심 자극 블로그를 발견했다. 바로 Dear Magazine의 블로그다. 평소 나는 사람에 관심이 많다. 어떤 결과물, 작품을 볼 때 작품성 보다도 이걸 만들어냈을 창작자, 그와 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창작자 혹은 아티스트를 관찰하는게 취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수집하며 취미인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섭렵하고 있다. 패션 매거진의 인터뷰, 컬쳐 매거진의 인터뷰 보이는 족족 읽어댄다. 그 욕심 중 일환으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소개, 관찰하는 인간극장 활자판을 만들어 보고싶다는 게 나의 소박한 꿈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사람들의 일과 일상, 앞으로의 꿈 등 그 사람과 관련한 모든 걸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탐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인터뷰와는 또 다른 방향의 Dear Magazine 컨셉이 좋다. 사실의 전달,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작은 가게를 소개하는 Dear Magazine의 색깔이 좋다. 빈티지하고 장인정신 넘치며 누구나 소개할 수 있는 곳은 배제한다는 Dear의 뚜렷한 주관이 맘에 들었다. 옛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나의 생각과도 일맥상통 하고 특히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다뤄 재밌고 신기하다. 서울 디자인재단에서 후원하는 육성사업에도 채택됐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더 재밌는 것들을 소개할지 기대된다.
Dear Magazine 오피셜 사이트
디자인 잡지 gcolon 11월호 인터뷰
1. <디어매거진>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등) 더불어, <디어매거진>이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해요.
디어 매거진은 같은 과에서 어울리던 3명의 선후배가 모여 만든 잡지입니다. 고루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맛있는 것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싫어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가게로 모여들고 그 가게마저 유명해 지면 다른 동네를 전전했죠. 사실 처음에는 맛집 탐방에 가까웠어요.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눈에 띄지 않았던 점들이 보이더라구요. 저희가 공통적으로 자주 찾고 좋아하는 곳은 운영 방식이나 컨텐츠를 공유하지 않는 그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익명의 대중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안의 개인을 상대로 하는 곳이었어요. 잡지를 만들게 된 것은, 이렇게 저희가 좋아하는 곳들이 땅값이 오르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그런 생각들이 잡지로 구체화된 것은 아니었고. 원래 글쓰고, 사진찍고, 뭔가 끼적대면서 만드는 일을 자주 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그 방식이 잡지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원래 잡지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일단 자주 가던 동네에 있던 가게들을 중심으로 처음 호를 꾸려봤습니다. 디어매거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양합니다. 단순한 애국심의 발로로 ‘우리에게도 장인이 있다!’ 라는 식의 결론은 절대 내고 싶지 않아요. 동정심을 가지고 어렵게 꾸려가는 가게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식의 설득도 아니구요. 다만 다수가 지나치던 장소들에 대한 ‘팩트’를 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방향의 제시’ 보단 ‘사실의 전달’에 가깝겠네요. 이러이러한 가게가 있고, 거대 브랜드나 작은 맞춤 양복점이나 사실은 가격이나 퀄리티가 엄청나게 다른 건 아니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 그리고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소비하느냐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디어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어릴 때 친구에게 쓰던 쪽지에 ‘To. 누구에게’, 보다 ‘Dear. 누구에게’가 더 예를 갖춰서 다정한 마음을 담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저희들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보내는 마음이기도 하겠네요.
2. <디어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우선 우리 중 유일한 사회인 최보리양. 잡지를 준비하던 사이에 일을 시작하게 되어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제안서는 주도해서 만들어서 지콜론에 보내놓고는 일을 하게 되면서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는 일이 많았어요. 저희의 구세주는 스마트폰이었습니다. 그룹 채팅방에서 회의하는 일이 많았어요. 다음 사진과 영상을 담당한 정진수 군 입니다. 신분은 휴학생이지만 스케줄은 사실 회사 다니는 사람보다 더 바쁩니다. 인디밴드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 그래픽 디자인까지 다양한 일을 벌이고, 또 그 스케줄을 다 소화하죠. 마지막으로 막내인 남현지입니다. 6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고 맛집 리스트를 언제나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는 네비게이터입니다. 패션 매거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어 매거진에서는 주류 패션잡지에서 다룰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3.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마음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잡지의 발간이라는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저희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음에서 그칠 때가 많았죠. 하지만 본래 셀프 퍼블리싱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책들을 다루는 책방에 자주 구경하러 가고, 저희도 언젠가 만들겠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그런 생각이 지콜론의 셀프퍼블리싱 지원 프로젝트를 계기로 좀 더 구체화된 것이구요.
4. 이태원의 의상실들이 주를 이루고 빈티지 가게(그러나 이렇게 한마디로 명명하기만은 어려울 듯한)와 헌책방도 있습니다. 취재 대상(인터뷰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가요? (기준이라 하면 너무 딱딱하지만요.)
처음의 생각은 이랬어요. ‘마구 들어차는 프랜차이즈들이 무섭다. 혹은 지겹다. 다른 것 없나.’ 세련된 것들이 정말 많아진 요즘이지만 그 세련됨이 때로는 뭔가를 밀어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무서웠어요. 그래서 막연한 대상으로 잡았던 것이 늘 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아카이브성 책을 만들고 싶었구요. 그런데 그렇게 범위를 정하니 길가의 정말 작은 구멍가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가게가 아니라 그래서 어느 정도라도 일정한 고객층이 가지고 있고, 운영방침에 있어서 주관이 뚜렷한 곳을 선정했어요. 저희가 주목한 것은 작은 가게들이 처한 위기나 어려움 그 자체와는 조금 달랐으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주목할 것이 너무 자명한 곳들은 배제하려고 했어요. 숨어있는 책방이나 태경원가게는 저희 생활권 안에 있어서 오며 가며 자주 보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떠올랐구요. 이태원 의상실이 주를 이룬 이유는 한 두 개의 가게로 이태원의 지역성을 다루기엔 모자랄 것 같아서였어요. 잡지를 만들면서 이태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되어서 아마 다음 호에도 이태원의 상점들을 몇 개 다룰 거에요
5. 잡지를 만들기 전, 구상하고 기획할 때 갖고 있던 생각과 실제 인터뷰들을 마치고 잡지를 만들면서 느끼는 생각 사이에는 많은 차이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실제 상황을 느끼고 이야기들을 들어 보니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그렇죠. 많은 차이를 느꼈고. 아무래도 첫 호다 보니까 실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인터넷 검색에서 볼 수 있는 뭉뚱그려진 정보들은 실제와는 너무나 달라요. 이태원이 단순히 외국인만들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문화들이 복잡하게 뒤섞여있다는 걸 알았고, 작금의 경향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시장을 가늠한 인터뷰어(디어매거진 팀)에게 오히려 낙관적으로 미래를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에게서 에너지를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예상을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가게들이 많아서, 과연 이렇게 인터뷰를 부탁하는 것이 괜찮을까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더라구요. ‘의미’를 억지로 갖다 붙이거나, ‘영업 방해’를 하는 것은 저희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힘든 점도 사실 많았지만, 그래도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확실히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후기를 읽으며 어떤 동네를 ‘알았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확신했어요.
6. 비슷한 맥락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합니다. 오래된 경력을 갖고 계신, 장인과도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는데요. 인터뷰 질문에도 있었던 것처럼, 꽤 많은 젊은이들이 화려한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바라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묵묵한 길을 가는 분들의 인터뷰는 어떤 울림들을 전해주었을 것 같아요. (저의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인터뷰어인 저도 그렇고, 인터뷰이이신 디어매거진 팀도 젊은 분들로 알고 있는데(웃음), 이번 디어매거진의 인터뷰들 어떠셨나요?
어떻게 보면 인터뷰들은 저희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고민들을 담고 있어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인 것은 같은데 동네의 작은 한복점과 화려한 런웨이에 서는 한복 디자이너의 차이점은 어디서 오는가. 규모와 자본의 운용, 홍보와 브랜딩에 대한 차이점 때문에 창작의 진정성이 달라지는가? ‘유니크한’ ‘크리에이티브한’ ‘크리에이터’..그런 말들에 휘둘리는 건, 사실 외부의 시선 문제라고 봐요. 하지만 저희도 사실 그런 시선의 문제를 극복하진 못했어요. 사회초년생이니 어떻게 하면 자신이 좀더 쓸모 있게 보일까 항상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 잡지도 그렇고, 저희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이 고민을 풀어나갈 것인지, 그런 답을 찾는 과정 속에 있어요.
7. 디자인에서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요.
처음부터 사진이랑 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부를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다들 디자인과 관련된 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딸깍대는데, 솔직히 셀프 퍼블리싱에까지 너무 고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선을 여기에 넣어도 되는지, 이 이미지는 어떤 배열로 늘어놔야 하는지.. 레이아웃으로 실험하고, 디자인적인 가능성을 찾아보고… 그런 걸로 접근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들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 말고 영상도 촬영했는데, 이 영상들을 어떻게 제시할까를 고민하다가 인터뷰 후반부에 큐알코드를 삽입했고요. 전체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표지의 자수인데요, 인터뷰이셨던 국일사 사장님께서 저희가 가져간 시안을 보시고 가이드 라인도 없이 한번에 새겨주신 거예요. (사실 부탁 드린 폰트와는 조금 달랐어요..하하.) 마치 손으로 그리는 것처럼 바늘로 글자를 ‘그리는(!)’ 작업 방식이 너무 신기해서 이걸 영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른 인터뷰 영상들도 촬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그냥 저희끼리 한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늘 을이던 저희가 이번 작업에서만큼은 갑일 수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하하.
8. 인터뷰를 하고 잡지를 만드는 중에 재미있는 경험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곳들은 대부분 결과물이 한자리에서 다 완성되고, 나가기 때문에 늘 정말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사진 찍는 친구(정진수군)를 대동하고 인터뷰하러 갔는데도 그 자리에서 거절 당하기도 했어요. 사전에 허락을 받아서 장비를 챙겨갔는데도요. 방법을 바꾸기로 했죠. 저희 신경 쓰지말고 일하시고, 저희는 방해되지 않게 현장 동영상을 찍기로 했어요. 사진을 따로 찍을 여유도 없을 때도 있어서 몇군데는 사진을 영상에서 추출하고 동영상의 음성으로 인터뷰 녹취를 대신했어요. 그러던 곳도 몇 마디가 오가고 건실한 청년 이미지를 어필하니까 호감을 가져주셔서 마지막엔 막걸리도 한 잔 얻어먹기도 했어요.
9. 잡지의 또 다른 의미는 쌓여가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데에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호를 만들고 나서 느끼는 아쉬움이라던가,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해보아야겠다 라는 점들이 혹 있나요? 계속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의 방식으로 잡지가 발간될 것 같은데, 다음 호에서 다루게 될 대상들에 대해 여쭤보아도 될까요?
아쉬움이야 많이 남죠. 인쇄비의 압박으로 마지막에 페이지수를 빠듯하게 줄여야 했던 것도 아쉽고요. 좀 더 많은 곳을 취재해서(서울 이외의 지역도!), 특정 지역별로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하고 싶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문헌도 많이 찾아보고 자료를 많이 공부해서 정보지의 성격도 띄고 싶어요. 아쉬웠던 점을 저희끼리 이야기해보는 자리에서 이미 다음 호에 다룰 대상들을 거의 정해놨어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그렇고(괜히 해보는 이야기이지만요.) ‘그래픽’을 좀 다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창간호도 그랬듯이 곧 사라질듯한 가게가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한 중점적인 기록이 될 거에요. 이번 작업이 끝나는대로 또 조금씩 준비해서 내년 봄을 목표로 2호를 발간할 예정이에요.
1. <디어매거진>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어떤 이유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등) 더불어, <디어매거진>이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해요.
디어 매거진은 같은 과에서 어울리던 3명의 선후배가 모여 만든 잡지입니다. 고루한(?) 취향을 가진 친구들입니다. 맛있는 것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싫어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가게로 모여들고 그 가게마저 유명해 지면 다른 동네를 전전했죠. 사실 처음에는 맛집 탐방에 가까웠어요.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눈에 띄지 않았던 점들이 보이더라구요. 저희가 공통적으로 자주 찾고 좋아하는 곳은 운영 방식이나 컨텐츠를 공유하지 않는 그만의 고유한 무언가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익명의 대중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안의 개인을 상대로 하는 곳이었어요. 잡지를 만들게 된 것은, 이렇게 저희가 좋아하는 곳들이 땅값이 오르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거나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처음부터 그런 생각들이 잡지로 구체화된 것은 아니었고. 원래 글쓰고, 사진찍고, 뭔가 끼적대면서 만드는 일을 자주 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그 방식이 잡지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원래 잡지라는 매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일단 자주 가던 동네에 있던 가게들을 중심으로 처음 호를 꾸려봤습니다. 디어매거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양합니다. 단순한 애국심의 발로로 ‘우리에게도 장인이 있다!’ 라는 식의 결론은 절대 내고 싶지 않아요. 동정심을 가지고 어렵게 꾸려가는 가게들에게 관심을 갖자!는 식의 설득도 아니구요. 다만 다수가 지나치던 장소들에 대한 ‘팩트’를 전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방향의 제시’ 보단 ‘사실의 전달’에 가깝겠네요. 이러이러한 가게가 있고, 거대 브랜드나 작은 맞춤 양복점이나 사실은 가격이나 퀄리티가 엄청나게 다른 건 아니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 그리고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소비하느냐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겠죠.디어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어릴 때 친구에게 쓰던 쪽지에 ‘To. 누구에게’, 보다 ‘Dear. 누구에게’가 더 예를 갖춰서 다정한 마음을 담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억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저희들의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보내는 마음이기도 하겠네요.
2. <디어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우선 우리 중 유일한 사회인 최보리양. 잡지를 준비하던 사이에 일을 시작하게 되어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제안서는 주도해서 만들어서 지콜론에 보내놓고는 일을 하게 되면서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는 일이 많았어요. 저희의 구세주는 스마트폰이었습니다. 그룹 채팅방에서 회의하는 일이 많았어요. 다음 사진과 영상을 담당한 정진수 군 입니다. 신분은 휴학생이지만 스케줄은 사실 회사 다니는 사람보다 더 바쁩니다. 인디밴드 앨범 커버, 뮤직비디오, 그래픽 디자인까지 다양한 일을 벌이고, 또 그 스케줄을 다 소화하죠. 마지막으로 막내인 남현지입니다. 6학기째 수업을 듣고 있고 맛집 리스트를 언제나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는 네비게이터입니다. 패션 매거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디어 매거진에서는 주류 패션잡지에서 다룰 수 없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3.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마음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잡지의 발간이라는 실천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저희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마음에서 그칠 때가 많았죠. 하지만 본래 셀프 퍼블리싱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책들을 다루는 책방에 자주 구경하러 가고, 저희도 언젠가 만들겠다는 생각은 늘 했어요. 그런 생각이 지콜론의 셀프퍼블리싱 지원 프로젝트를 계기로 좀 더 구체화된 것이구요.
4. 이태원의 의상실들이 주를 이루고 빈티지 가게(그러나 이렇게 한마디로 명명하기만은 어려울 듯한)와 헌책방도 있습니다. 취재 대상(인터뷰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가요? (기준이라 하면 너무 딱딱하지만요.)
처음의 생각은 이랬어요. ‘마구 들어차는 프랜차이즈들이 무섭다. 혹은 지겹다. 다른 것 없나.’ 세련된 것들이 정말 많아진 요즘이지만 그 세련됨이 때로는 뭔가를 밀어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무서웠어요. 그래서 막연한 대상으로 잡았던 것이 늘 다니던 길에서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작은 가게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억하자는 목적으로 아카이브성 책을 만들고 싶었구요. 그런데 그렇게 범위를 정하니 길가의 정말 작은 구멍가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당장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가게가 아니라 그래서 어느 정도라도 일정한 고객층이 가지고 있고, 운영방침에 있어서 주관이 뚜렷한 곳을 선정했어요. 저희가 주목한 것은 작은 가게들이 처한 위기나 어려움 그 자체와는 조금 달랐으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주목할 것이 너무 자명한 곳들은 배제하려고 했어요. 숨어있는 책방이나 태경원가게는 저희 생활권 안에 있어서 오며 가며 자주 보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떠올랐구요. 이태원 의상실이 주를 이룬 이유는 한 두 개의 가게로 이태원의 지역성을 다루기엔 모자랄 것 같아서였어요. 잡지를 만들면서 이태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되어서 아마 다음 호에도 이태원의 상점들을 몇 개 다룰 거에요
5. 잡지를 만들기 전, 구상하고 기획할 때 갖고 있던 생각과 실제 인터뷰들을 마치고 잡지를 만들면서 느끼는 생각 사이에는 많은 차이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면서 실제 상황을 느끼고 이야기들을 들어 보니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합니다.
그렇죠. 많은 차이를 느꼈고. 아무래도 첫 호다 보니까 실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인터넷 검색에서 볼 수 있는 뭉뚱그려진 정보들은 실제와는 너무나 달라요. 이태원이 단순히 외국인만들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많은 문화들이 복잡하게 뒤섞여있다는 걸 알았고, 작금의 경향만 가지고 부정적으로 시장을 가늠한 인터뷰어(디어매거진 팀)에게 오히려 낙관적으로 미래를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에게서 에너지를 받기도 했어요. 그리고 예상을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가게들이 많아서, 과연 이렇게 인터뷰를 부탁하는 것이 괜찮을까에 대한 당위성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더라구요. ‘의미’를 억지로 갖다 붙이거나, ‘영업 방해’를 하는 것은 저희도 원하지 않으니까요. 힘든 점도 사실 많았지만, 그래도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확실히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후기를 읽으며 어떤 동네를 ‘알았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확신했어요.
6. 비슷한 맥락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합니다. 오래된 경력을 갖고 계신, 장인과도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는데요. 인터뷰 질문에도 있었던 것처럼, 꽤 많은 젊은이들이 화려한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바라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묵묵한 길을 가는 분들의 인터뷰는 어떤 울림들을 전해주었을 것 같아요. (저의 너무 낭만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요!) 인터뷰어인 저도 그렇고, 인터뷰이이신 디어매거진 팀도 젊은 분들로 알고 있는데(웃음), 이번 디어매거진의 인터뷰들 어떠셨나요?
어떻게 보면 인터뷰들은 저희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고민들을 담고 있어요. 뭔가를 ‘만드는 사람’인 것은 같은데 동네의 작은 한복점과 화려한 런웨이에 서는 한복 디자이너의 차이점은 어디서 오는가. 규모와 자본의 운용, 홍보와 브랜딩에 대한 차이점 때문에 창작의 진정성이 달라지는가? ‘유니크한’ ‘크리에이티브한’ ‘크리에이터’..그런 말들에 휘둘리는 건, 사실 외부의 시선 문제라고 봐요. 하지만 저희도 사실 그런 시선의 문제를 극복하진 못했어요. 사회초년생이니 어떻게 하면 자신이 좀더 쓸모 있게 보일까 항상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 잡지도 그렇고, 저희 자신도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이 고민을 풀어나갈 것인지, 그런 답을 찾는 과정 속에 있어요.
7. 디자인에서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요.
처음부터 사진이랑 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을 했다!’고 부를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하. 다들 디자인과 관련된 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딸깍대는데, 솔직히 셀프 퍼블리싱에까지 너무 고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 선을 여기에 넣어도 되는지, 이 이미지는 어떤 배열로 늘어놔야 하는지.. 레이아웃으로 실험하고, 디자인적인 가능성을 찾아보고… 그런 걸로 접근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들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 말고 영상도 촬영했는데, 이 영상들을 어떻게 제시할까를 고민하다가 인터뷰 후반부에 큐알코드를 삽입했고요. 전체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표지의 자수인데요, 인터뷰이셨던 국일사 사장님께서 저희가 가져간 시안을 보시고 가이드 라인도 없이 한번에 새겨주신 거예요. (사실 부탁 드린 폰트와는 조금 달랐어요..하하.) 마치 손으로 그리는 것처럼 바늘로 글자를 ‘그리는(!)’ 작업 방식이 너무 신기해서 이걸 영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른 인터뷰 영상들도 촬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그냥 저희끼리 한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늘 을이던 저희가 이번 작업에서만큼은 갑일 수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었어요. 하하.
8. 인터뷰를 하고 잡지를 만드는 중에 재미있는 경험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인터뷰한 곳들은 대부분 결과물이 한자리에서 다 완성되고, 나가기 때문에 늘 정말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사진 찍는 친구(정진수군)를 대동하고 인터뷰하러 갔는데도 그 자리에서 거절 당하기도 했어요. 사전에 허락을 받아서 장비를 챙겨갔는데도요. 방법을 바꾸기로 했죠. 저희 신경 쓰지말고 일하시고, 저희는 방해되지 않게 현장 동영상을 찍기로 했어요. 사진을 따로 찍을 여유도 없을 때도 있어서 몇군데는 사진을 영상에서 추출하고 동영상의 음성으로 인터뷰 녹취를 대신했어요. 그러던 곳도 몇 마디가 오가고 건실한 청년 이미지를 어필하니까 호감을 가져주셔서 마지막엔 막걸리도 한 잔 얻어먹기도 했어요.
9. 잡지의 또 다른 의미는 쌓여가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데에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호를 만들고 나서 느끼는 아쉬움이라던가, 다음에는 이런 식으로 해보아야겠다 라는 점들이 혹 있나요? 계속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기록의 방식으로 잡지가 발간될 것 같은데, 다음 호에서 다루게 될 대상들에 대해 여쭤보아도 될까요?
아쉬움이야 많이 남죠. 인쇄비의 압박으로 마지막에 페이지수를 빠듯하게 줄여야 했던 것도 아쉽고요. 좀 더 많은 곳을 취재해서(서울 이외의 지역도!), 특정 지역별로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하고 싶기도 했어요. 다음에는 문헌도 많이 찾아보고 자료를 많이 공부해서 정보지의 성격도 띄고 싶어요. 아쉬웠던 점을 저희끼리 이야기해보는 자리에서 이미 다음 호에 다룰 대상들을 거의 정해놨어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긴 그렇고(괜히 해보는 이야기이지만요.) ‘그래픽’을 좀 다룰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창간호도 그랬듯이 곧 사라질듯한 가게가 아니라, 사라지고 있는 ‘생각’들에 대한 중점적인 기록이 될 거에요. 이번 작업이 끝나는대로 또 조금씩 준비해서 내년 봄을 목표로 2호를 발간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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