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7. 11:50ㆍShared Fantasy/Fashion
서우탁 30세, DAILY PROJECT BUYER
ALL – Order Made
어떤 일을 하시나요?
편집숍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바이어 시작한지 4개월쯤 됐습니다.
전공이 조소라고 들었는데, 데일리 프로젝트 바이어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 많았는데, 오래 알고 지내던 데일리 프로젝트 이사님께서 제안해주셨어요. 남성복 바이어 역할 어떻겠느냐며…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 갖게 되었나요?
중학교 입학하고, 교복 줄여 입으면서 관심 갖게 됐어요.
어렸을 때 옷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 있나요?
스키니 진 때문에. 4년 전부터 디올 옴므에서 스키니 진을 선보이고 이후 남자들도 흔히 입는 아이템이 되었는데, 저는 스키니 진을 중학교 때부터 입었거든요. 놀림 많이 받았죠. 쫄바지 입고 다닌다면서… 교복 줄인 쫄바지 까지는 괜찮았는데, 스무 살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스키니 진을 꾸준히 입었거든요. 그때도 놀림 많이 받았어요. 그 때 놀렸던 친구들이 디올 옴므 이후로는 자기네들도 스키니 진 입고 다니더라구요. 당시에는 다양한 원단으로 스키니 진이 나오지 않아 만들어 입었어요.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지는 않고, 디자인과 도식화 그려서 양장점에 주문제작 합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들도 전부 주문해서 만든 옷이에요.
평소 고수하는 스타일이 있나요?
록커 빌리(Rockabilly) 스타일로만 7년째에요. 옛날에는 홍대 펑크하는 친구들과 함께 완전 펑크 록으로 입었는데, 음악 때문에 스타일이 좀 바뀌었어요. 어렸을 때는 펑크나 하드 락 위주로 듣다가 나이 먹을수록 록커빌리 장르가 귀에 들어 오더라구요. 엄밀히 말하면 록커 빌리가 아니라 록커스(Rockers)에 가까워요. 록커 빌리는 4,50년대 미국 장르이고, 록커스는 5,60년대 모즈 시절에 영국 장르에요. 서로 조금 달라요.
음악에 따라서 조금씩 스타일이 바뀌었네요?
음악 속에 패션을 좋아해요. 구체적인 패션은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 있나요?
베르사체와 장폴고티에를 좋아한 지 오래됐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좋아했어요.
일상에서 쉽게 챙겨 입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요, 여름에는 어떤가요?
반팔 입는걸 많이 안 좋아해요. 온몸에 타투가 있는데, 남들이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여름에도 항상 긴팔 입고 다녀요. 주위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는데, 저는 어차피 신경 안 써요. 저한테 직접적으로 영향 미치지 않는 이상 신경 안 쓰는 타입이에요.
오랜 기간 고수해왔는데, 질리지 않나요?
만약 질린다면, 그게 패션이겠죠. 유행 따라 쫓아가니까. 한 2,30년은 더 입지 않을까 싶어요.
혹시 록커 빌리 말고 관심 있는 다른 스타일 있나요?
없어요. 딱 록커 빌리만요. 이성을 볼 때도 핀업걸(Pinup Girl) 스타일을 좋아해요.
평소 스타일링 할 때 중점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어딘가요?
헤어 스타일인 것 같아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려서요. 옛날 초창기에는 리젠트 머리 만들기 위해서 뽕 넣고 매만지는데 1시간씩 걸렸어요. 만지면서 짜증난 적도 많은데, 요즘은 5분 정도? 남들은 똑같다고 하는데, 나 스스로는 마음에 안 드니까…
7년동안 헤어스타일도 유지하셨나요?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런던에서 4년을 지냈는데, 당시에는 이 머리 저 머리 해봤던 것 같아요.
한가지 스타일 고수하기 힘들 거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잡지나 패션 매체 보면서 스타일에 쉽게 변화를 주는데, 홍대에 오래된 내 친구들 9명과 저는 거의 다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딱 한명 경빈(Donla King)이라고 가장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저는 꾸준히 고수하고 있어요.
스타일에 영향 받은 인물이나, 스타일링 할 때 참고하는 인물이 있나요?
80년대 장폴고티에.
평상시에 액세서리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많이 하지는 않아요. 오늘 차고 온 반지는 친구 Donald K랑 맞춘 반지에요. 저는 은을 좋아해서 은으로 하고, 그 친구는 금을 좋아해서 도금을 했어요. 저는 은을 좋아해요. 친구는 금을 좋아해서 온 몸에 전부 금이고, 저는 전부 은이에요. 취향이 비슷한데, 같은걸 마음에 들어 하더라도 그 친구는 금, 나는 은이라서 아이템 가지고 다툰 적이 없어요. 또 하나 반지는 나치로고에요. 만들었어요. 은 공예가 킹크로치 친구한테 맡겨요.
평상시에 가방은 안 들고 다니시나요?
가방은 절대 안 들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안 들었어요. 아! 중학교 때 007 가방 비슷한 거 들었어요. 그때는 일본만화에 꽂혀 있어서… 지갑, 핸드폰 끝.
특별하게 소지하고 다니는 아이템이 있나요? 다이어리 같은?
전혀 없어요. 만약에 뭐 이야기를 들었는데 까먹었다면, 얼마나 하기 싫었겠어요. 까먹지 않고 기억 하는 거라면 하고 싶거나 기억해야 할 사항이니까 기억하겠죠.
강아지 좋아하세요?
네 좋아해요. 이 아이는 루크, Jerman Boxer 종이에요. 대형 투견이에요.
부모님은 우탁님 스타일에 대해 별 다른 말씀 없으세요?
엄청 싫어하세요. 엄청. 깡패 같다고. 진지하게는 아니고, 가볍게 “얘 좀 가려서 입어라” 같은? 동네 분들 시선 때문에 그렇죠. 아들이 동네 돌아다니면, 깡패같이 입고 다니니까...
요즘 흥미나 관심사 있나요?
저도 요즘 이 강아지처럼 거의 우울증 단계에요. 재미가 없어요. 놀만한 곳이 없네요. 어딜 가도 꼬맹이들이 삐용삐용 하면서 노니까. 한 7-8년 전에 홍대가 그리워요. 그때 내가 스물 셋, 넷이어서 그리웠다기 보다 그 때 홍대의 분위기랑 지금이랑 너무 다르니까. 음악 듣고 싶어서 찾아가던 술집도 이젠 다 사라졌고.그 조그마한 홍대에도 스타일이나 친구들 별로 나뉘어져 있었어요. 당시 술집에 가면 우리처럼 리젠트 머리 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고, 펑크 친구들끼리 모여 있고 그랬었죠. 음악 스타일로 나뉘었던 것 같아요.
홍대에 그나마 즐겨 찾는 곳이 있나요?
Donald K라는 친구랑 홍대 ‘옐로우 후쿠오카’ 자주가요. 기분 안 좋은 날엔 홍대에 ‘곱창전골’ 가요. 주말엔 안가요. 춤추고 난리여서…
마지막 질문이 “오늘 들고 온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요?” 인데, 가방이 없어서 질문을 생략해야 할거 같아요.
가방? 있어요. 강아지 가방. 애완동물 샵 가면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예쁜 것 밖에 없어서 그나마 제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은색 가방? 거기 가방 속에는 개 껌 두 봉지랑 개 패딩 점퍼랑 개 줄이 들어있어요. 어딜 가나 루크는 데려가요.
글 : 임예성, 사진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