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 01:45ㆍShared Fantasy/Life
보그 커버를 장식했고, 베스트셀러 핸드백에 영감을 주었으며 탑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에 피사체가 되었던 그녀다. 또한 뮤직과 스타일의 결합에 있어서라면, 라나 델 레이는 명실상부 팝계의 최고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이 싱어 송 라이터를 알지 못했지만 이제 그녀는 최신 H&M 광고 캠페인의 스타가 되었다.
정말 그녀였다. 브루클린의 위버 쿨 위스 호텔로 들어서는 라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너무도 아름답다. 26세의 그녀는 깨끗한 남자 셔츠에 베이스볼 재킷, 블루 진을 입고 블루 컨버스 하이탑 스니커즈를 신은 작고 가냘픈 모습이었다. 순수한 소녀와 고혹적인 여성의 모습을 모두 가진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뒤로하고 말이다. 그녀 스스로 ‘게토 모네가스크(Ghetto Monégasque)’, ‘갱스터 낸시 시나트라’, 혹은 ‘길 잃은 롤리타’라고 표현한 그 유명한 글래머러스하고 도회적이며 살짝 섹시한 룩보다는 약간 드레스 다운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명확하게 정의된 스타일을 추구한 적은 없어요.” 그녀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조용하고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진, 화이트 옥스퍼드 셔츠와 화이트 테니스 드레스를 많이 입어요... 하지만 멋진 다이아몬드 그리고 긴 아크릴 네일도 좋아해요.”
어쩌면 그것이 음악적으로나 트렌드세터로서나 라나 델 레이 성공의 비밀일지도 모른다. 미국적인 옷과 음악의 클래식 아이콘에 초점을 두고 있는 그녀는 다양한 시대의 최고의 것들을 골라 믹스할 수 있다. 그녀는 재즈, 포크와 팝에서 받은 영향을 노래에 반영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를 때 1920년대, 50년대 혹은 60년대에서 영감을 얻은, 중성적인 의상을 입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라나 델 레이는 편안히 지낼 곳도 없이뉴욕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무명 가수였다. 그때 그녀는 윌리엄스버그와 로어 이스트 사이드 주변을 돌아다니며 오픈 마이크 나이트에서 재즈풍의 포크와 팝을 불렀다.
2011년 7월 1일,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슬픈 노래를 담은 달콤하고 멜랑콜리한 비디오 게임즈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투브에 올랐다. 전 세계적인 하나의 현상이 될 수퍼노바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비디오 게임즈는 라나 델 레이의 창작 세계에서부터 탄생한 작품이다. 거기서 오래된 할리우드 사진과 노래하는 델 레이의 사진을 편집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5개월 후, 이 클립은 유투브에서 2천만 번의 조회 수를 달성했다.
라나 델 레이의 성공은 곧바로 찾아왔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만들어 내는 독특하고 노스텔직하면서도 신선한 사운드 덕분이었다. “예전의 모습들이 어땠는지 적는 것, 기억을 아름다운 말과 멜로디로 그려 내는 것을 좋아해요,”히트 앨범 본 투 다이에 대한 그녀의 말이다. 이 앨범은 19개국에서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음반이 어둡고 아름답게 들리기를 바랬고... 더운 여름날이 떠올랐으면 했어요. [프로듀서들이] 풍부한 현악기와 매미 소리, 소녀들의 웃음소리 같은 사운드 이펙트로 곡을 채워 주었죠.”
음악과 직접 만든 화면이 시작이었을지 몰라도, 곧 이 가수의 시그니처 룩은 노래만큼이나 유명해졌다. 옷은 다양했지만 언제나 부풀린 머리, 도톰한 입술, 긴 아크릴 네일(인터뷰 때는 핏빛 레드였다), 그보다 더 긴 인조속눈썹과 여러 겹의 반짝이는 주얼리가 있었다. “패션보다 주얼리에 대해 잘 알아요”라고 라나 델 레이가 털어놓는다. “그리고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를 좋아해요.”
스타일 아이콘에 대해 묻자, 로렌 바콜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바콜은 강한 여성이고, 그게 스타일에 나타나기 때문에 좋아요. 언제나 강하고 깨끗하고 화려한 실루엣이죠.”
런던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은 델 레이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소녀 시절에 대한 향수 어린 갈망과 도시의 거친 분위기를 융합한다. 그는 비디오 게임즈를 2012 S/S 패션쇼의 배경 음악으로 사용함으로써 패션계에서는 최초로 그녀의 음악에 반응을 보였다. 곧이어 델 레이의 노래는 가십 걸 프로모션에 사용되었고, 디올 파티에 초청되어 노래하게 되기도 했다. 올해 초 그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코스튬 인스티튜트 갈라에 뉴욕 디자이너 조셉 알투자라와 함께 커스텀-메이드 의상을 입은 완벽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조셉은 내 음악처럼 어둡고 화려한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고 싶어했어요.” 발끝까지 오는 쇠사슬 이미지의 드레스에 대해 그녀는 말했다. “그는 내가 어두운 면을 즐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순수한 블랙이면서, 한편으로는 여성스럽고 1940년대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케이프도 만들어 줬죠.”
지난 봄, 라나 델 레이는 패션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영국의 아이콘 브랜드 멀버리가 델 레이를 론칭한 것이다. 이는 델 레이에게서 영감은 받은 가방으로, 그녀의 스타일과 재능이 어떻게 전 세계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는지에 대한 진정한 증거였다.
이번 시즌, 패션 월드와 라나 델 레이는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H&M A/W 캠페인에 출연하는데, 이는 뉴욕시티에서 수퍼스타 포토그래퍼 이네즈 반 램스위어드와 비누드 마타딘이 촬영한다. 올 시즌 트렌드인 파스텔 컬러의 소프트 모헤어 니트, 청키 이어링과 플라워 프린트를 입은 라나를 만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여기에는 1950년대 인스피레이션이 많이 들어가는데, 라나가 특히 좋아하는 시대다. “여성 드레스를 만들던 튼튼하고 풍부한 소재가 좋아요.럭셔리하고 오래가는 패브릭을 사용했죠.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답던 그 시절이 옷에서 드러나요.”
최근, 미국 최고 인기 토크쇼나 프론트 로, 또는 화려한 패션매거진 페이지에 등장하는 라나 델 레이의 모습은 마치, 예전에 잃어버린 사랑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항상 따라다니는 것처럼 언제나 다소 몽환적인 슬픔이 묻어난다. 그녀가 노래하는 목소리의 떨림에서, 또한 너무 밝아서 타버릴까 두려운 사랑에 대한 시적인 가사에서 들을 수 있듯 이 또한 로맨틱한 향수를 전해준다.
어쩌면 모두가 라나 델 레이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향수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룩에 어떤 실험을 하든, 혹은 어떤 상황에 있든, 생생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형성되는 친밀감을 통해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정보의 과잉 시대에 라나 델 레이는 소음을 뚫고 다가와 진실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녀는 우리 시대의 완벽한 팝 스타이자 패션 아이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