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최 영화 '레토(Leto)'



2018. 12. 03

오늘 낮에 한예슬이 도쿄 중고 책방에서 임예성이 좋아할 거 같다며 오래된 잡지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마침 내가 구글 맵에 표시해둔 곳이기도 했다. 나는 한때 반짝이는 것보다 보잘것없이 버려진 것이나,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1930년대 서울 풍경 그리고 홍콩 영화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는 애들 영화를 좋아했다. 아마도 15년까지? 우연히 Passenger, Psycho Killer를 들으면 혼자 환호하듯 잠시 일시정지했던 그때 그 기분으로 접한 오늘의 반가운 소식. 일요일 빅토르 최의 젊은 날의 초상을 마주하려 한다. 여전히 기대되고 신나는 걸 보면 취향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레이어로 겹겹이 쌓이는 것 같다!! 그저 마냥 좋다!!



2018. 12. 09
상영관은 익숙한 광화문 씨네큐브. 부지런히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늦어 영화 초반 10분을 못 봤다. 진심으로 궁금한 영화들은 인트로부터 봐야 했는데 이번에도 놓쳐 버렸다.

영화는 초반부터 절제된 활기가 있었다. 흔한 청춘 영화가 그러하듯, 술과 담배 그리고 노래에 젖은 청춘들이 화면을 메웠다. 속옷까지 내던지고 바다로 향하는 이들, 낮이고 밤이고 노래하는 이들. 영화를 보는 잠시 동안은 내가 열 아홉인 마냥, 스물 아홉 임을 잊게 하는 그런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글램록 영화 '벨벳 골드마인' 속 영국 청춘들을 '활기'라 표현한다면, 그와 달리 공산주의 소련 시대의 청춘들이 만들어낸 차가운 공기가 '절제된 활기' 같았다.

'빅토르 최'의 노래는 촌스럽다 느꼈던 때가 있었는데 꼭 이런 전기 영화를 보고 나면 한참은 그 가수의 노래에 빠져 지낸다. 그 당시 러시아의 젊은이들을 열광 시켰던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설레기까지 한다. 그 때의 청춘이나, 지금의 청춘이나... 데이비드 보위, 프레드 머큐리, 이기 팝, 존 레논처럼 메이저의 전설적인 가수는 아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동시대 젊은이들이 추종 했던 인물이라면 그게 서양이든, 동양이든, 중국어를 하든, 러시아어를 하든 '난 놈'은 맞는 것 같다. 주인공 역을 맡은 유태오의 러시아어 연기는 원래 본토 사람인 것처럼 자연스러워 '난 놈'이 '난 놈'을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실제 빅토르 최의 이미지와 잘 어울려 무리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낙서를 프레임 단위 애니메이션으로 얹어 레이아웃을 짜고 콜라주로 짜깁기한 화면들이 중간 중간 등장했다. 대게 이 구간은 이기 팝의 'Passenger', 토킹 헤즈의 'Psycho Killer', 루 리드의 'Perfect Day' 같은 자유, 반항, 방황 무드와 잘 어울리는 음악들을 꾸며주는 화면들이었다. 마치 짧은 뮤직 비디오처럼 노래 중간에 영화 속 단역들이 한 마디씩 파트를 나눠 부르는데 사실 이 장면은 조금 오그라 들어서 풉풉하기도 했다. 노래 나오는 구간의 화면 그래픽은 밀도 있어 좋았고 매력적이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트레인스포팅, 차분한 버전의 올모스트 페이머스를 떠올리게 하고 음악, 청춘들을 다루며 역시 가죽 '잠바가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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