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9. 16:40ㆍShared Fantasy/Culture
생생한 변화의 풍경을 파노라마 형식의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담하게 담아내는 옌스 올로프 라스테인(Jens Olof Lasthein)의 두 번째 사진집이 출간됐다. 지난 2008년 서울 한미사진미술관에서 'White Sea Black Sea : 경계의 삶' 전으로 소개 된 이후 더욱 성숙해져 나온 6년만의 결실이다.
작가는 몇 해 전 벨기에 남부의 작은 도시 샤랄루아(Charleroi)에 처음 발을 들였다. 샤를루아는 한 때 활발한 철광산업의 영광으로 밤낮없이 생동하던 곳. 그러나 이제는 탄광폐쇄와 산업쇠퇴로 길 곳곳에 석탄 무더기들만이 남은 '검은 나라 (Pays Noir)'가 되었다. 이번에 출간한 사진집 'Home Among Black Hills, 2014'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 한가운데서 이 도시가 가진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포착한 결과물이다.
일자리가 모두에게 돌아갈 만큼 풍족했던 시절,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사람들은 광부가 되기 위해 샤를루아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지하 900미터 탄광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한 연대의식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던 사람들이다. 탄전의 잔해들로 텅 빈 지금의 샤를루아에는 나눌 줄 알고, 서로에게 관심 가지며 존경할 줄 아는 오래 전 광부들의 고귀한 정신이 오묘하게 스며있다. 작가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나눈 교감, 그 깊은 인상이 사진 곳곳에 깃들어 있다. 그의 첫 번째 작업 'White Sea Black Sea'에서 보여준 날카롭지만 정감어린 시선은 여전히 생동하여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옌스 올로프 라스테인은 스웨덴 스톡홀름 태생으로 노르딕 사진학교를 졸업했다. 수년간 동, 서유럽의 경계의 삶을 파고들며 자신만의 시각을 완성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200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의 '포토포럼' 전시 참여를 계기로 한미사진미술관과 인연이 되어 2008년 'White Sea Black Sea : 경계에서의 삶' 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바 있다. 1995년부터 영국,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등의 유럽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해오며 현재는 스웨덴에 거주하며 프리랜스 사진가로 작업 중이다.
글 : 임예성, 사진 : 한미사진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