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9. 20:00ㆍShared Fantasy/Culture
내 안에 기무라타쿠야 바람이 불어 찾아보게 된 1996년 작 일본 드라마, 롱 베케이션(Long Vacation). 2013년 12월 31일 오사카 게스트하우스 TV에서 생방송으로 만났던 중년의 기무라타쿠야가 주름 한 점 없던 20대 중반 시절 출연한 드라마다. 이때도 변함없이 끝내주는 외모의 기무라타쿠야는 누구보다 페이스 줌인 씬이 많았던 거 같다. 극 중 기무라타쿠야가 맡은 세나가 6살이나 많은 연상녀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로 마지막 회에 극적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총 12부작 내내 서로 엉키고 설킨 이야기다. 피아니스트 기무라타쿠야와 모델 야마구치토모코의 동거&사랑 이야기.
기무라타쿠야에게도 롱 베케이션은 첫 번째 주연을 맡은 드라마라 특별한 인연일 것이다. 극 중 세나와 사랑에 빠지는 미나미역을 맡은 배우 야마구치토모코. 일본 드라마는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낯선 얼굴이었다.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일본에서도 이 작품 이후 16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다가 2012년에 일본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등장해 반가웠던 타케노우치유타카는 미나미 친남동생으로 방황하는 나쁜 남자 역할로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 피아노도 무척 잘 다루고. 조연 중에 특히 타케노우치유타카의 애인으로 나온 루미코역 일본 배우 료가 눈에 들어왔다. 2000년대 초반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영화에 나왔던 배두나의 이미지와 오마주로 겹치며 뛰어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극 중 세나는 피아니스트 겸 피아노 학원 선생님으로, 극에서는 자신의 연주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간다. 그 과정에 피아노 학원에서 가르치던 학생 한 명이 바로 히로스에료코다. 히로스에료코는 당시 17살로 방송 드라마는 롱 베케이션이 처음이다. 생각 없이 보다가 낯익은 얼굴이 등장해 처음엔 히로스에료코인지 의심했다. 놀랍도록 하얗고 조각 같은 인형 외모로 등장한다. 신기하게도 며칠 전, 우연히 웹에서 히로스에료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는 예쁘다며 감탄해 스크랩하기도 했다. 롱 베케이션에 우연히 등장한 건데 어찌나 반갑던지. 또 한편으로는 히로스에료코가 17살 고등학생일 때 기무라타쿠야는 한참 성인역을 하고 있구나 싶어 사뭇 그의 나이가 현실로 다가왔다. 어쨌든 히로스에료코의 앳된 모습에 푹 빠졌다. 각 캐릭터 설정이 똑 부러져서 극 중 기무라타쿠야, 타케노우치유타카, 히로스에료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96년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보아도 크게, 대박, 절대적으로 촌스러운 스타일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요즘 입어도 크게 손색은 없을 정도의 스타일이었지만 기무라타쿠야가 출근할 때 입는 수트의 어깨 패드는 너무 과해서 기무라타쿠야가 살짝 바보스럽게까지 보였다. 타케노우치유타카의 스타일은 제임스딘이 살아 숨 쉬던 그때나 2014년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정말 멋졌다. 제임스딘이 연상될 만큼 포마드 잔뜩 발라 리젠트로 넘긴 유타카를 보는 것도 롱 베케이션만의 묘미일 것이다.요즘 청춘 드라마로 한창 대목인 상속자들에 유타카 같은 역할 하나 나온다면 세대 불문 온 여심을 다 흔들 텐데 말이다. 기무라타쿠야는 출퇴근하는지라 계속 수트 차림이라 딱히 스타일을 논하기 힘들고 여주인공 야마구치토모코가 보이런던 티셔츠를 입고 나와 기억에 남는다. 극 중 모델로 나오는 여주인공과 그의 후배 모델 패션 역시 당시에는 엄청나게 트렌디 했을 거라 생각된다. 다만 지금 봐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겠지만.
롱 베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개인적으로 OST도 무척 마음에 든다. 드라마 OST가 정말 무서운 게 의식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흥얼대고 있고 드라마 밖에서도 그 음만 들으면 영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마법의 주무 같은 OST. 롱 베케이션 OST의 대표곡 'La La La Love Song'은 보아가 일본에서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고 우리나라 가수 에즈원도 리메이크 한 바 있다. 극 중 피아니스트 기무라타쿠야가 야마구치토모코에게 피아노로 쳐 줘 둘 사이의 특별한 곡인 'La La La Love Song'은 피아노 버전으로도 충분히 좋다. 발랄한 J POP 같은 원곡은 저작권 때문에 유투브에서 플레이할 수 없다. 보아 리메이크 버전이 원곡을 가장 비슷하게 살렸다.
줄임말로 '롱바케'로 불리며 1996년 당시 롱 베케이션 방송 시간에는 거리가 한산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드라마 때문에 많은 남성이 기무라타쿠야처럼 로맨틱하게 피아노를 배우는 유행이 일기도 했단다. 스타일만 살짝 버전업한다면 지금 저 정도급 되는 배우진으로 재상영된다고 해도 인기몰이는 걱정 없을 정도의 구성, 스토리, 컨셉의 드라마다. 언제고 다시 봐도 재밌을 거 같다.
글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