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 14:15ㆍShared Fantasy/Paper
요즘 부쩍 소녀, 소년을 다룬 매거진과 웹진을 자주 접한다. The Ardorous, Girls on film까지. 2012년 창간한 일본의 유니온(Union)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여타 봐왔던 비슷한 감성 잡지들 중 유니온을 최고라고 꼽고 싶다. 웹진은 어떤 느낌이든 인쇄물에 비해 그 감흥이 덜하고 텍스트 없이 사진만 배열된 출판물 역시 심심하기 그지 없다. 약간의 텍스트 그리고 필름 카메라로 담은 것 같은 빛 바랜 사진들은 햇살 가득 내리쬐는 오후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방 내던지고 보던 책, 잡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할까.
일본 잡지라 걱정했지만 다행히 영어로도 함께 출판된다. 재정난에 허덕이지 않을 것 같은 고급 프린팅과 도톰한 종이가 특히 마음에 든다. 커버 역시 타 잡지에 비해 두꺼운 하드커버에 엠보싱 코팅까지 들어가 (너무 구체적인가;;) 큰 백팩에 몇 날 며칠을 넣고 굴려도 큰 구김없이 튼튼하다.
2013 Spring, Summer / Issue No.3 / 980¥(한화 18,000원 정도) / http://union-mag.com
아카이브와 크리에이터의 만남인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제품이 태어나는 곳의 히스토리, 문화, 철학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아카이브 저널(Archive Journal). 지난 9월 창간을 기념하여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서울을 기반으로 패션, 푸드, 아트, 뮤직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라이프&인테리어 독립 계간지 이지만 모든 텍스트는 영어로 기재된다. 한글 번역본이 작게 인쇄되어 부록으로 들어있다.
타고타고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디렉터 김현국씨에게 아카이브 저널 창간 소식을 전해들을 초반에만 해도 "잡지"의 창간이라는 이슈는 크게 반갑거나 와닿지 않았는데 기사를 쓰기 위해 전달받은 아카이브 저널의 구체적인 소개와 사진은 이따금 다시 한번 찾아보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인터뷰 잡지는 허다하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색감의 아카이브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잡지들의 인터뷰 화보나 어설픈 포즈가 아닌 인터뷰이들의 취향, 일상 그대로 편안하게 취한 모습이 특히 더 인상적이다.
사진, 디자인 등 구석구석 하나부터 열까지 예쁜 감성의 아카이브 저널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개된다고 하니 앞으로의 도약을 기대해 볼만하다. 이번 호에서는 디자이너 이세, 플랫 아파트먼트, 페인터 호영, 바리스타 세컨드 플래버, 광고 에이전시 퍼블릭 이미지, 사진가 하시시박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013 Fall / Issue No.1 / 19.99$ (한화 23,000원 정도) / http://archivejournal.co.kr
최근 TV에서 부녀, 부자 사이의 리얼 스토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의 사랑은 어색할지언정 당연한 인간지사 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최근에 그들의 사이를 재조명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사회적으로 가족 간에도 친밀한 유대감 형성이 힘든 요즘, 가정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해 가족, 리빙, 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새삼스럽게 어색하게나마 언급되는 부자와의 관계. 대체적으로 한 가족 안에서 가장을 맡은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크게 관심 갖지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자녀들을 향한 아버지라는 그들의 사랑은 어머니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다만 표현에 어색하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을 뿐이라고 감히 규정해본다. TV 예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것처럼 이제 아버지가 바깥 일 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자녀들을 돌보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조명하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2012년 창간한 Kindling Quarterly는 부녀, 부자 사이에서 아버지의 자격에 대해 에세이, 화보, 아트, 사진 등으로 풀어 나가는 잡지다. 남자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스스로 재정립하는 과정을 다루는 동시에 그들의 아트, 사진과 같이 크리에이티브한 작업물을 소개한다.
2013 Spring / Issue No.2 / 14$(한화 15,000원 정도) / http://kindlingquarterly.com
나도 요즘 학교를 다니다보니 예전에 보다 한참 뜸했던 대학내일을 다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캠퍼스 안에서는 무료 배포되는데 캠퍼스가 아니면 구하기가 쉽지 않아 서울에선 한 권도 구하지 못했었다. 캠퍼스 안에서도 모든 단대 안에 배포 박스가 설치되는 건 아닌데 우연히도 내가 속한 단대 건물에는 매 과월호 발행되자마자 비치되어 있어 좋다.
매 달 신입생 13학번이나 그와 가까운 학번의 예쁘고 풋풋한 녀자들이 커버를 장식하는데 가끔 프로 못지 않은 모델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무엇보다 예쁘지 않으면 커버 장식이 안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늘 예쁜 친구들이 장식하고 있어 못내 아쉽기도 하다.
장르불문 다양한 출판물에 관심갖고 찾아보지만 대학내일 만큼 역동적이고 걱정 쌓이는 잡지는 드물다. 역시나 피끓는 청춘 대학생들 이야기가 실려 역동적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공모전이나 취업 이야기도 가득이라 늘 마지막 책장을 닫고나면 '여전히' 대학생인 나도 미래 걱정에 불안해진다. 대학생들끼리 모여 나누는 이모저모가 모두 실려있다.
대학생 패션, 뷰티, 아이돌 분석, 장학금 트렌드, 공부없이 장학금 받는 법, 낭만으로 밥 벌어먹기 등등의 컨텐츠 그리고 광고마저 하이네켄 채용설명회, 현대 공개채용, 유학박람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하고 잘 어울리는 컨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난 불편하다.
2013.09.30 ~ 10.06 / Issue No.667 / free / http://naeilshot.co.kr
피닉스 매거진은 저널리스트 Hannah Kane과 패션 포토그래퍼 Leigh Keily에 의해 2010년 창간했다. 런던을 기반으로 패션, 문화를 다루는 독립 매거진으로 시작해 현재는 홍콩, 미국, 스웨덴, 아프리카, 싱가폴, 브라질 등 전 세계에 소개되고 있다. 피닉스는 2011 National Makeup Awards에서 우승한 뷰티 에디터 Lan Nguyen-Grealis, 컨템포러리 아티스트 겸 큐레이터 Stuart Semple, 저널리스트 Molly Flatt이 에디터로 참여하고 있다.
매력적인 커버에 반해 피닉스 매거진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번 호 커버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피어서 겸 타투이스트 Phoebe Frangoul 그녀가 빈티지한 컨셉으로 촬영한 화보와 인터뷰를 만날 수 있다. 컨셉, 트렌드, 컬러에 따라 소개된 패션 에디팅이 특히 인상적이다. 시즌 트렌드 아이템들을 꼴라쥬하듯 피닉스만의 느낌대로 풀어냈다. British, Londoner와 같은 단어가 자주 언급되어 진부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만의 느낌을 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분위기라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2013 Summer / Issue No.10 / 4.95£(한화 7,000원 정도) / http://www.phoenixmag.co.uk
어반라이크(URBANLIKE)는 도시를 뜻하는 어반과 좋아한다는 라이크가 결합한 합성어로 '도시감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다.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컨텐츠 컴퍼니 어반북스가 만들며 도회적인 어바닉 코드로 더 나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거진이다. 도시적인 의미를 가진 어반과 컨텐츠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북의 조합인 것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감성이 함께하는 진심이 담긴 컨텐츠를 추구한다.
어반라이크 패션 에디터 현주 덕분에 매 달 받아보게 된 이 잡지는 소문 이상으로 세련되고 심플한 무드를 뿜고있다. 현주 덕분에 시작하게 된 정기구독 전, 서점에서 우연히 어반라이크를 발견했을 때 그 첫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여타 타블로이드 잡지가 계산대 옆 가판에서 메롱메롱하며 매달려있는 것과 달리 시크하게 좌판에 눕혀있던 어반라이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국내 유일무이한 분위기의 매거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멋진 매거진을 현주 덕에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니! 위 사진은 어반라이크 8월호. 9월호 사진과 어반라이크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만날 수 있다.
2013 Oct. / Issue No.6 / 3,000원 / http://www.urbanlike-mag.com
글, 사진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