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21. 17:50ㆍShared Fantasy/Fashion
올 여름은 지구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무척 더웠다. 대중의 심리를 고스란히 떠안는 영화계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로 거듭되는 사건의 영화 '설국열차'가 대박 흥행을 맞기도 했다. 최고 기온을 찍었다느니, 아스팔트에서 고기가 익는다느니 하던 불 타오르는 여름이 가긴 가나보다. 습하고 사우나 같던 밤 공기가 상쾌할 정도로 선선해진 것이 어제, 오늘 이야기다. 일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지만 새로운 계절을 맞는 건 늘 설레며 기대한다.
괴롭던 여름이 가고 낙엽 흩날리는 가을을 맞는 기분은 무엇보다 더한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옷장 정리로 실현화된다. 이번 가을, 겨울에는 또 무슨 옷을 입어야 할까 싶어 고민도 많고 쇼핑할 생각에 기쁘기도 하다. 에디터도 가을 옷장을 준비하기 위해 문득 다시 2013 F/W 컬렉션을 찾아보고 있다. 세계적인 컬렉션을 구경하는 것은 기본이요, 우리나라에서의 활약이 돋보이는 국내 디자이너들 컬렉션까지 말이다. 다들 궁금해 할 것 같은, 그리고 다들 주목하게 되는 이번 시즌 키 포인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매 시즌마다 소개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가끔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포인트가 있다. 2013 F/W 시즌에도 분명 포인트가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말귀는 이제 낯설지도 않다. 유행 주기가 30년이라는 걸 인지한 이후로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스타일이 혹 30여 년 전의 것이 아닌지 종종 떠올려 본다. 정확히 30년은 아니어도 그 언저리에 유행했던 것들이 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년은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주기라서 우리 지금의 스타일이 부모님 젊었을 적과 비슷한 차림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캐캐 묵은 옛날 사진에서 보이는 청춘이었던 엄마, 아빠의 패션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2013 F/W 컬렉션과 오마주 같기도 하다. 그때 그 시절 스타일 요소 갖가지가 지금 트렌드와 함께 언급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Le Smoking Look by YSL
오늘 30년 전의 그것 하나를 콕 짚어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대 아이콘 제인 버킨의 하늘하늘 한 패션을 뒤로하고 1980년대에는 너나 할거 없이 어깨가 하늘로 치솟는 파워수트가 강세였다. 부와 권력 그리고 지위를 뽐내기 위해 치솟던 수트는 여성복에서도 예외가 아니였다. 80년대 사회에서 자리 잡은 직장인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떠오르면서 패션계에서 이브 생 로랑은 여성의 지위와 파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르 스모킹 룩을 선보였다. 남성의 의상에서 기인했음에도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표현했던 르 스모킹 룩은 턱시도 재킷과 팬츠, 베스트 등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르 스모킹 룩은 '핀 스트라이프' 패턴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Designer Stella Mccartney
여심을 사로잡으며 여성복의 선두에 있는 스텔라 맥칼트니는 2013 F/W에서 이브 생 로랑의 르 스모킹 룩을 좀 더 유연하고 여성스럽게 표현했으며 동시에 '핀 스트라이프'에 주목했다. 이번 시즌 르 스모킹 룩이 다시 돌아왔음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수트의 매력을 더하는 패턴, '핀 스트라이프'에 조명해본다.
핀 스트라이프는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수트에서 쓰여왔던 패턴이다. 이번 시즌 유독 돋보이는 핀 스트라이프는 다양한 간격으로 다양한 원단 위에 다양한 실루엣으로 선보여진다. 단연 수트 뿐만이 아니다. 이번 시즌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터틀 넥 니트 위에 그려진 핀 스트라이프는 여성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스마트함으로도 표현된다. 30년 전의 파워 수트에서 보던 핀 스트라이프가 아닌 2013년의 핀 스트라이프 수트, 니트, 팬츠는 어떤 본새인지 구경해보자.
Stella Mccartney 2013 F/W
먼저 스텔라 맥칼트니는 심플하고 정돈된 맥칼트니 본연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핀 스트라이프로 다양화를 주었다. 핀 스트라이프가 가장 잘 어울리는 모노톤 컬러에 스트라이프 간격을 모두 달리 하며 실루엣은 30년 전 파워 수트 그 모양새를 차용했다. 무엇보다 페미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스텔라 맥칼트니 이번 시즌 베스트는 핀 스트라이프가 그려진 터틀넥 니트다.
Vanessa Bruno 2013 F/W
바네사 브루노 컬렉션에서는 가장 베이직한 수트의 핀 스트라이프를 선보였다. 바네사 역시 박시한 수트 실루엣과 핀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30년 전 그것을 연상케 하기는 마찬가지다. 몇몇 피스에서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나 베스트 등을 선보였지만 역시나 돋보이는 피스는 핀 스트라이프 수트다.
ZARA 2013 F/W
1974년 스페인의 작은 패션 스토어로 시작해 현재는 세계적인 스파 브랜드 자라(ZARA)의 핀 스트라이프 수트 자켓은 가장 80년대의 그것처럼 실루엣이 파워 수트를 꼭 빼닮았다. 스파 브랜드 특성상 작년 선보여진 정규 컬렉션보다 훨씬 늦게 등장한 이번 시즌 자라 캠페인은 스텔라 맥칼트니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Alexander Mcqueen 2013 F/W
Dries Van Noten, Giorgio Armani 2013 F/W
Hackett London, John Galliano 2013 F/W
남성복 컬렉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형적인 수트 스타일에 더해진 핀 스트라이프는 런던, 파리, 뉴욕을 막론하고 여러 패션 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주요 피스다. 여성복에 비하면 다소 촘촘한 스트라이프 간격임을 알 수 있다.
Low Classic 2013 F/W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유수의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만이 핀 스트라이프에 주목한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국내 패션 신에서 두드러지게 주목받고 있는 다수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역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핀 스트라이프 패턴을 선보였다. 케이블 TV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활약한 디자이너 이명신의 여성복 브랜드 로우 클래식(Low Classic)은 기존 브랜드 컨셉인 클래식을 강조하며 박시한 실루엣과 핀 스트라이프를 적절히 접목했다. 아래는 신진 디자이너 이지원의 클라이막스(Climax) 2013 F/W다. 핀 스트라이프를 딱딱한 수트, 편안한 캐쥬얼의 중간인 피스로 표현했다.
Climax 2013 F/W
패션 안에 다양한 키워드의 트렌드가 존재하지만 유독 이번 시즌 도드라지게 많은 디자이너들이 택한 핀 스트라이프는 필수 키워드다. 80년대를 회상케하는 르 스모킹의 수트 스타일부터 여성스러운 터틀넥 니트, 캐쥬얼한 셔츠까지. 핀 스트라이프를 소화할만한 스타일은 다양하다. 오는 가을, 겨울 핀 스트라이프가 어떤 스타일로 다양하게 연출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트렌드를 챙기되 자신의 개성 역시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임예성, 이미지 : 구글링, 해당 브랜드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