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입는 남자, 머리 치켜 세우는 여자

GENDER CROSSING IN FASHION

 

치마 입는 남자, 머리 치켜 세우는 여자

에디터 : 임예성(Lim yae sung)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를 정신의학에서는 ‘아니무스(animus)’, ‘아니마(anima)’로 정의하고 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무의식에 속하며 주로 꿈, 성향에서 반대 성의 인물이나 이미지로 인격화된다고 설명한다. 아니마, 아니무스는 카이아크만의 이름에서 ‘아크만’을 형성하는 단어 요소이기도 하다. 패션에서의 반전은 개인에게 부여된 각각의 성별을 초월한 ‘아니무스’, ‘아니마’로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길에서 성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남자 같은 여자와 여자 같은 남자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매니시 한 여자와 페미닌 한 남자는 평범한 일반인들로부터 낯선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패션이라는 감투가 더해지면 오히려 독특하고, 세련된 이미지와 맞물려 사람들의 동경과 부러움을 산다.. 따분한 사람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마저 바꿀 수 있는 패션의 힘은 남자가 치마를 입어도, 여자가 올백 머리를 하고 거친 이미지를 풍겨도 이해 가능하게 만든다. 낯선 시도와 도발이 오히려 긍정적인 자극제로 인정되는 패션에서 특히 성별의 경계는 너무 쉽게 허물어진다.

 

최근 이들을 위한,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가는 앤드로지너스적인 트렌드는 알게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패션계를 장악했다. ‘앤드로지너스’는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그리스어이다. 여성 패션에 남성복의 요소가 도입된 것은 1900년대부터 시작되면서 점차 자연스러워졌고 1985년을 전후로 급격히 유니섹스가 유행했다. 여성들은 머리를 남성처럼 치켜 깎거나 남성적인 테일러드 슈트, 매니시 팬츠, 넥타이 등을 착용하며 매니쉬, 보이쉬 함을 자연스레 부각시켰다.

 

언제부터인가 매체에서 치마 입는 남자, 마크 제이콥스를 봐왔던 것처럼 패션에서의 성별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졌다. 특히 2013 S/S에는 디올, 드리스 반 노튼, 장 폴 고티에 등 여러 패션 하우스에서 매니시한 여성의 복장, 앤드로지너스 룩을 연출했다. 심지어 소년 같은 여자 모델, 사스키아 드 브라우와 스텔라 테넌트는 남성복을 입고 남성복 컬렉션 쇼에 서기 시작했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는 본인의 어시스턴트였던 트랜스젠더 레아 티(Lea-T)를 지방시의 뮤즈로 내세우며 젠더리스적인 모델로 탈바꿈 시켰다. 그녀는 세계적인 매거진 <LOVE>에서 앤드로지너스 룩으로 커버를 장식했으며, 이를 기점으로 젠더 크로싱 열풍이 시작된 것이다.

 

2013 F/W 런던 컬렉션에서 만난 영국의 신진 디자이너 J.W 앤더슨의 패션쇼는 가히 신선하지 않을 수 없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남자 모델들이 런웨이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한가지는 이 옷들이 남성복 컬렉션이라는 것이다. 끝 단에 러플을 더해 나풀거리는 팬츠,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 언저리에서 맴돌 정도로 짧은 미니스커트까지. 자잘한 근육질 남자 모델들의 치마 입은 모양새가 새삼 신선한 이미지로 와 닿았다. 표현 그대로, ‘페미닌한 남성복’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반전의 성별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 패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성의 경향을 내포하는 복식의 역사로 기록되어 왔다. 1970년대 여성성과 남성성의 경계를 흐렸던 모호한 성별의 그것들(글램 록, 르 스모킹)을 기반으로 패션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7~80년대 유행했던 젠더 크로싱, 앤드로지너스 스타일이 올 한해 패션계를 다시 한번 장악할 요량으로 보인다. 40년 전의 그것을 똑같이 되풀이하기 보다는 더 세련되게, 더 멋지게, 더 모호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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