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3. 10:50ㆍShared Fantasy/Fashion
2013년 1월 7일부터 3일간 진행된 2013 F/W 런던 패션위크(London Fashion Week). 멘즈웨어 컬렉션은 런던 현지 시각으로 1월 7일 아침 10시부터 시작해 하루에 10개 쇼 이상을 펼치며 큰 탈 없이 마무리되었다. 런던의 그 열기를 탐했던 나는 서울 압구정 회사 책상에 앉아 실시간으로 패션 전쟁터를 구경했다. 강 건너 불구경이면 좋으련만, 가고 싶어 안달 난 맛에 참고 앉아 보려니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해야 했던 서울패션위크 (런던에 비하면 껌이겠지만..) 기간에 혼자서 어찌나 힘들었는지, 발품 팔아 뛰어다녔던 나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 당시 나의 기사를 앉아서 받아보던 사람들처럼 런던에 있는 누군가의 노력 덕분에 책상에 앉아 편하게 받아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참고로 런던 패션위크 멘즈웨어 컬렉션은 1월 10일로 막을 내렸고 1월 12일부터 16일 저녁까지 밀라노 컬렉션, 1월 16일부터 24일까지 파리컬렉션이 열릴 예정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패션위크를 서울 책상에 앉아 고작 몇 시간 이내에 고화질 스냅으로 받아보는 방법은 하입비스트, 퍽킹영, 나우패션를 잽싸게 들려보자.
단지 쇼 스냅만을 나열해서 훑는 것보다 나름의 분석과 함께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몇십 개의 쇼들이 분기별로 트렌드를 이끌어낸다는 결론에 새삼스럽게 한 번 더 놀랐고, 패션에 관한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J.W Anderson 2013 F/W collection
J.W앤더슨이 표현한 페미니즘 (J.W Anderson's Feminine)
먼저 요즘 런던의 떠오르는 젊은 디자이너 J.W 앤더슨(Jonathan William Anderson)의 컬렉션이다. 그는 1984년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자라며 2005년까지 런던 칼리지에서 남성복을 공부했다. 그의 남성복 컬렉션은 2008년 처음 런칭했으며, 2년 후 JWA 여성복 컬렉션을 런칭했다. 2012년에는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J.W 앤더슨은 한때 배우를 지망했던 그의 외모만큼이나 매력적인 컬렉션으로 현재 런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다.
얼마 전에는 톱숍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패션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공동 지휘하던 베르수스(VERSUS)에서 크리스토퍼 케인이 물러난 자리는 J.W 앤더슨이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함께 한다.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인 만큼 세계의 눈이 J.W앤더슨 컬렉션으로 쏠린 것도 사실이다. 먼저 J.W 앤더슨의 쇼를 보자. 이번 J.W 앤더슨은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남성복을 선보였다. 여차하면 게이를 떠올릴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정작 피스를 걸친 런웨이의 모델들은 그러해보이지 않는다. J.W 앤더슨가 풀어내는 페미닌한 남성복은 이런 것일까.
아래는 중국 출신의 디자이너 샌더저우(Xander Zhou)의 2013 F/W 컬렉션이다. J.W 앤더슨은 소녀 같은 귀여움을 여성이 입어도 무방할 만큼 직접 묘사했다. 반면 샌더저우는 어깨 끝 선에 맞춘 코트, 박시하게 걸친 오버사이즈 코트, 박시한 탑피스 아래로 드러나는 허리 선의 하이 웨이스트 팬츠까지 피스 자체가 여성복 같다기보다 분위기에서 연륜이 묻어있는 우아함을 풍기고 있다. 우아한 여성복을 벤치마킹한 듯?
Xander Zhou 2013 F/W collection
얼마 전, 회사 동료가 네이비, 블랙을 섞어 전체적으로 모노톤 스타일링을 하고 출근했다. 항상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분이었다. 점심시간 자연스럽게 코트를 벗었는데 이너웨어로 새빨간 니트를 입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근 몇 년간 그토록 새빨간 웨어를 자연스럽게 걸친 사람을 보지 못해 의아하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에 놀라기도 했지만, 워낙 패션에 감각적인 분이라 생각되어 스타일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며칠 후, 2013 F/W 런던 컬렉션 스냅들을 확인하며 다시 한번 그 동료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번 시즌 쇼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했다. 고작 한두 쇼가 아닌 다수의 쇼에서 포인트 컬러로 레드를 콕 짚어 선보인 것이다. 빨간 니트의 동료는 이 흐름을 런던 쇼 전에 먼저 감지한 것일까. 감각적인 런던의 디자이너들은 이번 시즌 런웨이를 붉게 물들였다. 올 시즌 10개 이상의 쇼에서 선보여진 포인트 컬러를 만나보자.
Christopher Raeburn 2013 F/W collection
Xander Zhou 2013 F/W collection
Prada 2013 2013 F/W collection
Vivienne Westwood 2013 F/W collection
Katie Eary 2013 F/W collection
Christopher Shannon 2013 F/W collection
새로운 흐름에는 다양한 변수가 적용되어 재밌는 법. 이 많은 쇼가 선택한 레드가 하나같이 전부 눈이 피곤할 정도의 새빨간 오리지널 레드만 선보였다면 심심했을 것이 뻔하다. 한층 따뜻한 다크레드부터 새들브라운과 마룬, 상큼한 오렌지레드, 토마토 컬러까지. 이번 시즌 붉은 물결이 브라운을 통해 얼마만큼 따뜻해지고, 오렌지를 통해 얼마나 푸근해지는지 구경해보자.
Trussardi 2013 F/W collection
Peterwerth 2013 F/W collection
Prada 2013 2013 F/W collection
Martine Rose 2013 F/W collection
Jjilsander 2013 F/W collection
Burberry 2013 F/W collection
Mr. start 2013 F/W collection
Hackett 2013 F/W collection
Oliverspencer 2013 F/W collection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쇼를 보다가 문득 화려한 컬러들을 다 재치고 독특한 실루엣의 어깨선을 발견했다. 특이하다 못해 귀여운 알렉산더 맥퀸 쇼피스의 어깨선은 한때 패션 업계를 물들였던 발망의 파워숄더와는 또 다른 실루엣이다. 80년대 일명 '어깨 뽕'과는 달랐던 발망의 파워 숄더 그리고 이번 시즌 세심하게 표현된 알렉산더 맥퀸의 어깨선까지. 남성복의 어깨라인 연출은 여성복의 그것과는 또 다른 감흥으로 색다른 위트를 더한다.
Alexander Mcqueen 2013 F/W collection
이번 시즌 남성복의 어깨선에 위트를 더한 쇼가 비단 알렉산더 맥퀸만이 아니라는 것은 리 로치(Lee Roach) 쇼를 통해 알 수 있다. 노카라 블레이저에 칼같이 떨어지는 어깨선, 남성성을 가장 먼저 드러낼 수 있는 일명 이두박근을 타고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어깨선까지. 이번 시즌 남성복의 어깨선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컬렉션을 관찰하는 또 다른 묘미다.
Lee roach 2013 F/W collection
고작 몇 해 전, 에디슬리먼의 디올옴므를 떠올려본다. 어렸을 적 자신의 마른 몸매 탓에 제대로 맞는 옷을 찾기 어려웠다던 에디슬리먼은 결국 자신의 스키니 신봉 사상으로 전 세계 패션계를 뒤흔들었다. 어느덧 남자들은 여자 못지않게 초강력 다이어트로 디올옴므 스키니 팬츠를 입었다. 톡 치면 부서질 것 같은 얇은 다리의 디올옴므 런웨이 모델들은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남성상을 선두로 제시했다. 에디슬리먼의 위대한 감각과 스타일은 2013년 생로랑 컬렉션을 통해 다시 선보여졌다.
스키니 한 모델이 누구보다 주목을 받고, 여자보다 더한 남자들의 다이어트 열풍. 그것은 모두 에디슬리먼의 스키니 팬츠 때문이었다. 그러나 패션계는 눈 깜짝할 새에 새로운 것들이 선보여지고 유행하며 돌고 도는 순환을 반복하지 않는가. 어느덧 에디슬리먼의 스키니 팬츠에 대항해 더없이 펑퍼짐한 통바지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뒤덮었다. 90년대 힙합을 논하며 건들거리던 청춘들의 힙합 팬츠가 연상되기도 하며,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장에서 볼 법한 패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통~ 큰 바지가 마틴 로즈(Martin Rose), 톱맨(Topman) 쇼에서 선보여졌다. 스키니에 대항하는 통바지들이 얼마만큼 감각적인지 챙겨볼 것, 90년대 힙합, 스키복과 달리 어떻게 세련되었는지 챙겨볼 것!
Martin Rose 2013 F/W collection
Topman 2013 F/W collection
이번 시즌 쇼피스라고 칭하고 싶은, 누가 보아도 예쁜, 엄지를 치켜세울 만한 멋진, 진짜 좋아 보이는 룩을 골라보았다. 런던 컬렉션 2013 F/W 시즌 쇼피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정도만 비슷하게 따라 입어도 2013년은 주변 모두를 물리치고, '너의 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Alexander Mcqueen 2013 F/W collection
Andrea Pompilio 2013 F/W collection
Andrea Pompilio 2013 F/W collection
E Tautz 2013 F/W collection
Martin Rose 2013 F/W collection
Martin Rose 2013 F/W collection
Prada 2013 F/W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