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 19:12ㆍShared Fantasy/Paper
작년 따뜻했던 4월 어느 주말, 회사 일로 쌓인 피로를 마저 다 풀지도 못한 채 좋아하는 음악을 잔뜩 챙겨 밖으로 나섰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활자중독이라 칭하며 출판물에 집착하는 내게 천국과도 같은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로 향하던 추억이 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로 발 들이는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종이 냄새와 이리저리 깔려있는 여러 부스를 향해 눈 굴리기 정신 없었다. 대규모 서점도 즐겨 찾지만, 작은 책방을 더 좋아하는 나는 홍대 서교동에 위치한 유어마인드를 유독 좋아한다. 유어마인드는 매년 나같은 오타쿠를 위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소규모 출판물 책방 (독립출판물과 유어마인드에 관한 소개)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은 소규모로 제작되는 책과 잡지, 문구, 음반의 시장이다. 전시의 형태를 거부하고 책을 둘러싼 관계와 이야기, 홍보와 판매에 주력하며 “직접 판매 부스”를 통하여 일 대 일의 시장을 형성한다. 관람자 혹은 구매자는 책의 제작자/구성원/아티스트와 직접 만나면서 즉흥적인 담론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공연, 아티스트 토크, 다큐멘터리 상영을 통해 가능한 비전과 이야기를 그 현장에서 만들어내는데 주목적이 있다.
올해로 네번째가 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오는 11월 17일과 18일 양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합정동 무대륙에서 개최된다. 입장과 프로그램 관람은 물론 무료, 서적과 제품 구매시 현금과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나는 카드 찬양자)
6,70개의 팀이 참가해 직접 판매 부스를 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동경 아트북 페어의 Zine's Mate가 참여한다. 진스 메이트(Zine’s Mate)는 2009년 일본의 UTRECHT와 런던의 PAPERBACK이 공동으로 설립한 팀이다. 이들은 2009년부터 동경 아트북 페어(THE TOKYO ART BOOK FAIR)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타카시 홈마, 하토리 카즈나리, 린코 가와우치 등의 책을 발간해왔다.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위해 UTRECHT의 대표를 포함한 멤버들이 직접 방문하여 일련의 책들을 판매한다. 스페셜 부스로는 워크룸프레스+갤러리팩토리+versus, 지콜론+지콜론북, 로그+텍스트컨텍스트가 열린다.
제4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의 프로그램은 1~3회와 동일하게 공연, 강연,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알앤비 보컬리스트”라고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과 음색을 지닌 뮤지션 정기고, 최근 데뷔 앨범 <욘욘슨>을 발매한 이랑 밴드, 인디씬에서 차세대 싱어로 자주 거론되는 강아솔과 아를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비평가 임근준(aks 이정우)의 강연 “말장난 - 언어로 조형을 유희하기”는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에게 창작의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다큐멘터리 <Last Shop Standing>은 영국 음반가게에 대한 기록으로, 런던의 음반 산업의 흥망과 함께 이를 운영하는 개인에 대한 유머러스하면서 동시에 비관적인 전망까지 함께 담았다.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은 전시기획자이자 동명의 출판사를 운영하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를 다룬다. 칼 라커팰트, 로버트 프랭크, 마틴 파 등과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그가 사진, 사진책, 인쇄 전반과 다루고 행동하는 방식을 통해 얼마나 “유쾌한 전문가”인지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