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In Paris, 2011

2012. 9. 8. 18:15Shared Fantasy/Culture

728x90



약 두 달 동안 영화 한 편 보지 못했다. 참 무미건조한 일상이었다. 내 육체가 피곤함을 느낄 정도였으니, 감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노트북에는 항상 20개 정도의 여유 영화가 준비되어있다. 이것저것 보다가 좋은 영화라고만 하면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도 않고 다운부터 받아 놓는다. 오늘 플레이한 영화는 개 중 한 개였고, 사전에 어떠한 스포도 갖 고있지 않았다.


<Midnight In Paris, 2011>


미드나잇인파리 

주인공 길은 지극히 혹은 무서울 만큼 현실적인 약혼녀, 그의 부모와 함께 파리로 온다. 그는 나름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이지만 스스로 소설 작가이길 희망하고 실제로 고리타분한 소설작가의 길을 택한다. 길과 같은 감성주의자에 반하는 잘난 척, 성공남 폴이 있다. 그는 길과 그의 약혼녀 앞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잘난 척에 어느 것이든 본인이 전문가라고 칭한다. 길은 약혼녀, 폴과 함께하는 자리 자체에 스트레스받는다. 이 컨셉도 나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무튼 길은 영화 내에서 나중에 정말 뜬금없이 신경안정제를 주머니에서 꺼내 든다. 즉, 신경안정제를 먹을 만큼 약혼녀와 피곤한 사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길은 파리에서 인생을 뒤바꾼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약혼녀와 폴의 자리를 피해 우연히 올라탄 차는 과거로 시간여행 하는 시작이 되었다. 따라 내린 곳은 1920년대, 장소가 아닌 시간의 이동이었다. 헤밍웨이와 피카소, 위대한 피츠제럴드와 젤다 등 이젠 시대적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위인들, 길에게는 어떤 것보다 영감이 되고 동경하는 위인들을 만난 것이다. 그 과거 안에서 만난 피카소의 연인, 애드리아나와 호감을 주고받다가 이제 갓 사랑에 빠지려고 할 무렵 과거의 과거로 애드리아나와 함께 들어간다. 1920년대의 애드리아나가 동경하는 1890년대의 파리로. 거기서 만난 또 다른 위인들은 길과 애드리아나에게 "르네상스가 황금시대였다네" 라고 이야기한다. 거기서 길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과거를 동경해 애드리아나를 만난 것처럼 애드리아나 또한 그 과거를 동경하고, 그 과거 사람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 과거를 꿈꾸는 것이었다. 깨닫고 현재로 돌아온 길은 이전의 약혼녀와 달리 사소한 것부터 자신과 어울리는 수수한 여인을 만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현실, 이성 VS 과거, 감성

감독 우디앨런은 길의 약혼녀와 그녀의 부모를 멍청한 미국인에 비유한다. 사위가 될 사람 곁에 미행자를 붙이고, 싸구려는 싸구려 티를 낸다는 멘트를 입에 달고 사는 부모. 길의 약혼녀가 어느 사고 부모 아래서 컸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과거를 동경하고 그 시대 것들의 위대함을 잊지 않는 주인공 길은 자신의 소설에서도 그것들을 담아낸다. 약혼녀는 그래도, 정말 최소한의 매너로 남들 앞에서 자신의 약혼남인 길이 "로맨티스트"라고 내뱉지만 결국 그건 자신의 약혼남이 잘나 보였으면 하는 마지막 희망이었으리라. 돌아서서 길한테는 "당신을 나름 잘나가게 만들어준 연극 시나리오를 계속 쓰는 게 어떻겠냐"며 어르고 달랜다. 길과 같은 황금시대 사고를 하는 감성주의자들은 약혼녀의 말이 귀의 귓밥에도 진동이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니까.


내 생각을 정리해준 영화가 되었다.

나는 길과 같이 과거 예술을 동경하는 과거 집착형 사람이다. 나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옛날 것들에 영감을 받아 작업물로 내보이지 않는다. 단지, 사랑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이 지금 이전의 것들이다. 문학과 예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주인공 길이 1920년대 파리의 헤밍웨이, 피카소를 만나며 행복해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연히 플레이한 영화였는데, 참 멋진 내용의 영화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의 정답이 여기 있었다. 물론 결론은 아무리 과거를 동경해도 과거는 과거일 뿐. 과거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 오래된 과거를 동경했다는 것. 동경은 동경일 뿐이라는 것. 지금 1초 1분이 흐르는 지금도 나는 과거를 홀연히 흘려보내고 있다. 고작 5분 뒤에는 지금을 동경할 수도 있었지 않겠는가. 혹은, 더 마음 편히 과거의 것들에 집착할 수 있게 내 마음을 정리정돈 한 계기가 되었다. 옛날 것들에 집착하는 게 나뿐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그것들이 누군가에게 자극제가 되고 영감이 된다는 것에 더 옛날 것들이 사랑스러워졌다. 그것들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어차피 과거일 뿐이라는 걸 명심하고. 아무튼, 폴(병신)과 같은 현실 사이사이에 묻어나는 시대적 감성이 내게 오래 기억될 영화가 되었다.


1920년대 파리를 보여주는 캉캉춤


애드리아나와 헤밍웨이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