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 23:08ㆍShared Fantasy/Culture
평소 주변의 여럿 그림 작가들에게서 사소하지만 큰일인 '아티스트의 불합리한 대우'에 관한 푸념을 자주 듣곤 한다. 늘 눈살을 찌푸리는 이야기들이지만 남들에게 재밌는 거리를 소개하고 글을 쓰는 에디터인 나로서는 큰 힘이 될 도리가 없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당사자에게 위로 혹은 힘이 되라는 응원의 한마디뿐. 한 번은 '작가들 밥 그릇 좀 뺏지 맙시다' 라며 구구절절 힘있게 글로 적어 봤지만 힘없는 에디터라 큰 힘이 되지 못했다.
그림 작가를 푸대접하는 기업들은 대게 당신네의 기업 제품에 작가들의 그림이 그려지길 희망한다. 작가들에게 제품에 얹어지는 그림은 경제적으로 대박이 날수도 혹은 억울함과 울분만 토하며 쪽박을 찰 수도 있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작가들은 대게 후자 경우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언급한다. 그렇다. 기업이 공정성을 지켜나가는 건 당연한 처사지만, 그림 작가들의 그림을 고작 붓질 낙서 정도로 여기는 태도의 불량 기업들이 즐비한다.
작품의 합당한 댓가를 지급하지 않는 불량 기업들에 피해받은 작가들의 처사는 고작 그림이 그려진 제품의 생산 중단 요청뿐이다. 그 외에 당연한 댓가 지급을 요하는 건 기업의 뻔뻔함 때문에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이런 억울한 상황에서도 악덕 기업주들의 불량한 태도는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같은 피해자들만 속출하고 있다. 작가들의 열과 성이 담긴 결과물이자 경제적으로는 밥 그릇이나 마찬가지인 작품을 대하는 못된 기업들은 각성해야 함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친한 지인 -마음은 본명으로 부르고 싶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장콸 언니에게서 역시 마찬가지로 이런 억울한 경우의 이야기를 종종 들은 바 있다. 언니 역시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속상해함은 물론 더 나은 처사에 늘 고민하곤 했다. 옆에서 응원밖에 해줄 수 없어 늘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였다. 그러다 어느 날 언니는 선전포고라도 하듯 멋진 소식을 내게 전해왔다. 자신의 그림으로 직접 가방을 주문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이전부터 언니의 희망 사항을 내내 들어왔지만 실제로 제작하고 있다는 가방 소식에 그리고 언니의 추진력에 응원과 더불어 함께 기뻐하곤 했다. 어쩌면 이런 악덕 기업주들의 지갑을 두껍게 하느니 작가가 직접 제작해 그림을 찾아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면에서 언니의 가방 제작은 무척 '기특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남몰래 지극히 비밀리에 내 생일을 흘려보냈다. 생일인 내게 선물 구실로 장기 여행 중이던 나는 친한 친구들과 통화 몇 통으로 생일을 마무리했다. 예상치 못했는데 든든한 언니에게 멋지다 못해 감동적으로 가방을 선물 받았다. 발매는 되었지만, 배송 전인 제품이라 누구보다 먼저 받아보는 것이다. 어설픈 생일 축하 인사가 싫어 친한 친구들이랑만 연락했는데 언니의 이런 멋진 선물에 마음 한쪽이 짠하기도 하다. 특히 내 취향을 간파한 것인지 언니의 랜덤 선택이었는지 두 가지 그림 중 내 마음이 격하게 쏠렸던 '이니드' 백이다. 요즘 필름 카메라에 빠진 언니가 팀버튼 작 피규어를 찍은 '사진 처녀작'이라는 사진 한 장과 작은 메세지도 전해왔다. 예성이 킵고잉! 장콸 가방 정말 잘났으니 댁들도 꼭 찾아보시오! 다만 60개 한정이라 재빨리 선택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마시오!
글 : 임예성 / 이미지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