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5. 04:32ㆍShared Fantasy/Culture
학창시절 보았던 이 영화는 어려운 플롯과 데이비드 보위, 이기팝에 대한 사전 지식 부족으로 꽤 어렵고 지루한 영화였다. 오로지 볼 것 위주로 감상했던 기억 뿐이다. 이후로는 잊고 지내다가 기사 때문에 생각나서 다시 찾게 되었다. 다시 보는 벨벳 골드마인은 감독 토드 헤인즈의 집착에 가까운 위트가 돋보이며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데이비드 보위는 영화 제작 당시 본인의 음악을 전혀 쓸 수 없게 으름장을 놓았고, 감독은 이를 비꼬듯 영화 속 전부에 비밀처럼 그와 더불어 이기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숨겨 넣었다.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역할은 이기팝, 커트 코베인을 롤모델로 꾸며졌다지만 커트 코베인은 데이비드 보위보다 20살이나 어리기 때문에 이기팝이 거의 맞다고 본다. 광기 어린 두 배우의 연기와 다채로운 색감의 패션이 영화를 살렸다. 미리 알고 보면 플롯도 어렵지 않은 벨벳 골드마인.
벨벳 골드마인 플롯은 헤럴드 기자 아서 스튜어트(크리스찬 베일)가 자신의 어린 시절 성적 혼돈에 큰 영향을 끼쳤던 당시 글램록의 대명사,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암살극을 조사하는 큰 틀로 시작된다. 기자 아서가 브라이언의 매니저, 전 아내를 만나 대화 나누면서 회상하는 플롯으로 전개된다. 전지적 시점도 아니고, 다양한 시점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잠시 흐름을 놓치거나 영화를 끊었다가 다시 본다면 약간은 헤맬 수 있는 어려운 플롯이다. 때문에 학창시절의 내가 보기엔 충분히 어려웠을 수도.
음악에 빠져 사는 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팝의 음악사에서의 위치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이 영화를 처음 접한 학창시절에 비하면 진일보한 정도다. 덕분에 이제는 영화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었고,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영화 마치고 검색하며 공부까지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찾아보거나 혹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영화는 굉장히 따분하다고 느꼈는데, 그것 또한 나의 편견 아닌 편견이었다. 오히려 공부와 깊은 이해를 거친 영화는 더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을 벨벳 골드마인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벨벳 골드마인의 감독 토드 헤인즈가 정교하게 담은 "집착에 가까운 위트"는 이 링크의 글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벨벳 골드마인의 OST와 그에 담긴 재미있는 풀이들을 설명했다.
글 : 임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