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건 아니건 간에 제주로 가자

2014. 6. 26. 00:36Shared Fantas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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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나중에 제주 바다 앞에 멋진 집 지어줄게!"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곧잘 해오던 으름장이었다. 편하게 뱉어왔던 이 말 때문인지 나는 유별나게 제주를 애정하게 됐다. 작년 여름, '당장 떠나고 싶다'를 수 천 번씩 되뇌이다가 결국 계획 없이 무작정 제주로 향했다. 수학여행, 업무로 여러 번 오갔던 제주지만, 작년 세 달간 다녀온 제주는 내게 이전과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세 달 동안 직접 맡고, 듣고, 본 제주를 한 낱 카메라에 담으려니 제 아무리 좋은 화질이어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주가 요즘 한창 화두에 올랐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1등 셀러브리티 이효리가 '천연' 결혼생활을 제주에서 보내고 있으며, 제주 라이프스타일을 블로깅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이효리가 자신이 지닌 모순에 대해 토로하면서 더욱 이슈되기도 했다. 모 매체에서는 그녀를 '여전히 가장 트렌디하다'며 표현하기도 했다. 화장품 하나 바르지 않고 채식하는 이효리의 삶이 트렌드라고? 


'웰빙', '힐링' 같은 단어를 오버스럽고 민망하다고 느낀 건 꽤 오래 전부터다. 지금 와서 '힐링 힐링' 외치는 홍보 카피들을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하루빨리 퇴직금 타길 바란다.(?) 정확히 어떤 게 '힐링' 플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으나 그 뉘앙스가 '킨포크', '어파트먼트' 등의 해외 잡지에서 만날 수 있는 하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건 대충 눈치 챘다. 마치 이효리가 제주에서 보내는 삶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잡지들의 배경이 되기에 좋은 곳은 어디? 바로 제주. 그래, 이게 지금 가장 트렌디한 거구나. 


브런치, 하얀 배경, 건강 샐러드, 나무 보울, 스테인레스 컵 등등 어느새인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뒤덮은 피사체들이다. 나 역시 부정할 수 없게 어느덧 나무 보울에 샐러드를 담고 스테인레스 컵에 과일 주스를 마시고 있지만, 돌이켜보면 이것들이 진짜 내 취향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깨끗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비난하거나 이렇다저렇다 비판할 요량은 아니지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태생이 천혜의 요지였던 제주가 이런 흐름에 휩쓸려 트렌드세터의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맞다.


그렇다. 이효리의 제주 그리고 킨포크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지금 가장 트렌디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유기농 채식으로 브런치하며 인스타그램에 인증샷 올리는 게 유행이라면 유행인 것이다. 건강한 삶을 선택하는 것도 트렌드라고 하니 평가절하 되는 느낌도 들지만,  '나는 유행을 좇지 않아'라며 유행을 부정하는 이들의 인스타그램도 결국은 킨포크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유행은 이렇게 산소처럼 흡수하는 것이다.


작년 제주로의 도피 여행과 이렇게 열심히 셔터를 눌렀던 나의 행동들도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번?' 과 같은 것은 아니었는지 되뇌이게 된다. 다시 생각해도 내가 애정하는 제주와 지금 이효리가 즐기는 제주 라이프스타일과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유행은 거부한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었던 걸까. 뭐 어찌 되었든 이야기의 결론은, 제주가 한국에서 최근 킨포크 같은 삶의 핵심 명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내 여행지로 최고의 아우라를 뿜으니 유행이건 아니건 간에 '제주의 천혜'가 어떤 것인지 한번씩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 여름 바캉스를 준비한다면 '경제적 효율' 때문이 아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으로써 '제주의 천혜'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들로 채워보자. 에메랄드 빛 해변 구경하려 큰 돈 들여 멀리가지 말고 협재나 한담해변을 거닐다 보면 산소처럼 제주의 매력에 '풍덩' 할 것이다. 해녀 할머니들 물질 구경하다가 싹싹한 인사 한마디 건네면 바다의 금, 전복 한 입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글 : 임예성, 사진 : 임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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