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는 오지 않는다, 1991

2013. 11. 13. 00:44Shared Fantas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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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11, 12월 KMDb VOD 기획전 <다른나라가 들어왔다, 한국 영화 속 이국 풍경> 전에서 소개된 1991년 장길수 감독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미국에서 출판되어 화제가 되었던 안정효의 '은마(Silver Stallion)'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뉴욕 타임즈에서 2회에 걸쳐 크게 다루었다. 6.25 전쟁 중, 미국 문화의 유입 때문에 급속도로 붕괴되어 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제 15회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쓴 작품이다. 마로니에북스 출판사에서 발행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 에서도 선정된 바 있다. 한국 전통 마을과 미군 문화 묘사에서 극과 극의 OST는 가수 김수철이 총괄해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한국전쟁 중 인천상륙작전 직후, 강원도 금산의 어느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언례는 아들 만식이와 어린 자식 하나를 둔 과부로 살아가지만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며 부족함 없이 지낸다. 어느 날 밤,  언례는 UN군에게 겁탈을 당하고 이후 마을 주민들에게 멸시와 따돌림을 받는다. 동시에 유일한 밥벌이었던 남의 집살이를 하지 못해 생활 유지가 힘들어졌다. 그러던 중 강 건너에 미군부대가 주둔할 것이라는 정보로 매음을 업으로 삼는 양색시들이 언례의 마을에 자리 잡겠다는 통에 마을이 들썩인다. 혼이 나간 상태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던 언례에게 양색시들은 동정과 공감으로 호의를 베풀었고 결국 매춘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결국 언례는 자식 때문에 매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마을 주민들은 언례를 포함해 양색시들을 쫓아내려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아들 만식이는 장난스럽게 엄마 언례의 방을 훔쳐보는 동네 친구들을 내쫓으려다 크게 다치고 동네 친구는 만식이에게서 도망치다가 미군 총에 쏘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분노한 마을 주민들은 양색시들의 집을 모조리 다 불태우며 몸싸움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오래가지 않는다. 마을에 들이닥치는 전쟁의 엄습으로 언례와 만식을 향한 마을 주민들의 증오는 빠르게 식는다. 정신없이 피난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언례는 만식과 어린 자식을 데리고 피난을 떠나며 더이상은 매춘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에 관한 소재는 특히 쉬우면서 반면 가장 불편한 이야기다. 이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와 같이 시대적으로 피해갈 수 없었던 폐해에 관한 소재는 특히나 그러하다. 누군가는 이런 영화나 책의 소재를 일부러 피한다고 했었다. 마치고 나면 늘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음 쓰리며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기록하고 세계에 알려야 했을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뤘다. 어쩌면 이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 역시 대한민국 역사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오점이지만 그 밖에서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잊혀지지 말아야 할 중요하며 불편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1991)

Silver Stallion 
8.2
감독
장길수
출연
이혜숙, 김보연, 전무송, 손창민, 양택조
정보
드라마 | 한국 | 123 분 | 1991-10-05
글쓴이 평점  


글 : 임예성, 이미지 : KOFA VOD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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