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크리스티아네 F와 트레인스포팅

2013. 12. 6. 10:55Shared Fantasy/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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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계에 빼놓을 수 없는 콘스탄틴 영화사, 그리고 아이힝거. 콘스탄틴 영화사는 한 때 독일 영화 점유율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의 영화사였다. 그리고 콘스탄틴 영화사의 중심인 영화제작자 베른트 아이힝거. 지난 2011년 아이힝거는 생전 베스트셀러 서적을 영화화하여 히트시키는 것으로 그 명성을 널리 알렸다.



특히 그의 성공 발판이 되었던 울리 에델 감독의 1981년작 '크리스티아네 F:우리는 초역의 아이들(Christiane F:Wir Kinder vom Bahnhof Zoo)' 역시 14살 헤로인 중독 소녀 실화를 다룬 책을 영화화한 것이다.
실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아이힝거의 탁월한 감각으로 당시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2차대전 이후 독일 영화로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를 발판으로 아이힝거의 영화 제작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1981년 당시 저소득 빈곤층 거주지였던 노이쾰른 지역에서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남자친구 등 불안정한 가정사를 가진 어린 14살의 소녀 크리스티아네는 디스코텍에 발을 들이며 데트레브를 만난다. 



14살에게 '연인'이란 단어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아무튼 둘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된다. 함께 헤로인을 하고 섹스를 한다. 14번째 생일을 맞은 주인공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난 이제 어른이 된거야"라고 뱉으며 빨간 머리를 하고, 헤로인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스스로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데트레브는 집을 나와 친구들과 함께 사는데 그 역시 가난 때문에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 헤로인 살 돈을 버는 형편이다. 먼저 헤로인에 중독된 데트레브의 경고와 말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아네는 데트레브와의 교감을 위해 스스로 헤로인을 선택한다.



끊기 위해 둘이 함께 노력하는 것도 잠시 결국 크리스티아네는 남자친구인 데트레브처럼 헤로인을 구하기 위해 매춘을 한다. 뻔한 결과의 반복 과정을 함께 했던 친구 아츠, 악셀, 밥시까지 헤로인 때문에 모두 죽고만다. 






필자는 크리스티아네 F를 보면서 '마약 영화' 하면 여전히 회자되는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렸다. 마약으로 인해 피폐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린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무척이나 닮았다. 두 영화의 플롯, 캐릭터 설정 등이 꽤 비슷하며 크리스티아네 F가 딱히 부족한 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15년이나 늦게 개봉한 1996년작 트레인스포팅이 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점 헤로인에 중독되어 삶이 망가지는 청춘을 그린 이 영화는 트레인스포팅보다 좀 더 진지하고 잔인하게 그려진다. 배우, OST, 스타일 등 다양한 요소에 힘을 준 트레인스포팅과 달리 훨씬 어린 연령대의 심각한 중독 실화 스토리 하나에 무게를 둔 셈이다. 물론 트레인스포팅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의 스키니진, 컨버스, 스킨헤드 등 기억되는 스타일처럼 크리스티아네의 빨간 머리는 무척 매력적이고 인상깊다. 자못 레옹의 마틸다 패션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요소는 따로있다. 주인공인 14살의 크리스티아네는 80년대 문화 아이콘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전집 바이닐을 모을 정도로 지극한 팬으로 표현된다. 영화 곳곳에 데이비드 보위를 향한 크리스티아네 팬심 요소가 들어있다. 덕분에 영화는 크리스티아네의 빨간 머리 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보위를 구경할 수 있는 심심찮은 볼거리도 제공한다. 영화 중간에 크리스티아네는 그의 베를린 콘서트를 찾는다. 데이비드 보위가 'Station to Station'를 부르며 무대 앞에서 마약 하는 크리스티아네에게 눈길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대장면 뿐만 아니라 틈틈이 보여지는 데이비드 보위의 바이닐 커버까지 더한다면 영화에서 그의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트레인스포팅에서는 OST로 나온  곡, 이기팝의 'Lust for Life'가 영화 못지 않게 큰 주목을 받았다. 배우들의 대화 장면에서도(위 사진) 이기팝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미루어 보아 트레인스포팅 주인공들의 이상향은 이기팝이 보여졌다. 트레인스포팅과 이기팝 역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두 영화에서 이상향으로 다뤄진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팝은 각 영화 스토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중요 요소이다. 영화 안에서 비슷한 성격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두 팝 가수는 실제로 1970년대 후반 서베를린에서 함께 곡 작업을 했으며 'The Idiot', 'Lust for Life'와 같은 명반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트레인스포팅은 어빈웰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회부적응자들을 신랄하게 그린 어빈웰시 특유의 감각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영화'로도 손꼽힌다. 트레인스포팅은 그보다 15년 전에 만들어진 크리스티아네 F와 소스, 플롯, 스토리 등을 비교할 정도로 비슷하다. 가장 비슷한 점은 두 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몸이 망가질 정도로 마약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이루어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는 마약에 대한 경고이기보다 청춘들의 방황, 퇴락, 피폐에 초점이 맞춰져 오히려 젊은이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트레인스포팅이 크리스티아네 F의 오마쥬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성별과 나이만 다를 뿐 디스코텍과 클럽, 섹스, 마약 중독 친구의 죽음,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팝 등 당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과 경계해야 하는 것들에 관한 메세지 전달 방법이 무척이나 닮아있다. 크리스티아네 F는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영화지만 혹여 접하게 된다면 트레인스포팅을 연상하며 감상해보자.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 임예성 (씨네21 기사 참고), 이미지 : DVD 캡쳐, 구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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